주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께.
현재 이곳은 우기이기 때문에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의 양이 많지 않아 비가 오면 고마운 비라고들 합니다. 형제자매들은 기말고사 시험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체로 11월 말이면 시험이 끝이 나지만, 보충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한두 주를 시험으로 더 보내어야 합니다. 시험이 있는 날은 당연히 기도모임에 나오지 않는 것인 양, 기도모임에 나올 수 없다고 전날 밤 통보를 해오는 키 맨(Key Man)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난은 믿음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을 알기에 일단 그 요구에 수긍을 해주고 밤새 그를 위해 기도하고는 다음날 아침 다시 도전을 하여 기도모임에 나오게 했습니다. 산뜻하게 기도모임을 마치고 최대한 배려하여 학교로 데려다 줍니다. 감사하게 시험을 잘 쳤고 기도모임에도 참가할 수 있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이번 주 기도모임에서는 함께 감사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남아공 네비게이토에서는 9월말이면 일년의 사역 또한 마무리를 합니다. 10월에서 12월말까지 전체적인 모임은 완전히 폐하는 것입니다. 시험에서 떨어지면 다음 학기에는 그들을 볼 수 없기에 그렇게 배려한다고 합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추수감사절이 있는 11월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선교지입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주님을 영화롭게 하기에 감사하렵니다. 잘 길러 주셔서 자유함으로 여러 사역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고, 참으로 모든 것이 감사하지만, 최근의 감사의 조건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계획하시고 이루시는 사역에 이제는 제가 어느 모로 보나 상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잘것없는 한 갓 일꾼에 불과합니다. 일꾼으로서의 명예도 수확물도 그 모두는 주인의 것이건만, 때로 제가 주인인양 착각하고, 도에 지나게 걱정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시기라도 하듯 4개월을 거의 사역의 변방에서 보내게 하셨습니다. 고장 난 차 때문이기는 했지만 좋은 교훈을 얻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수의사인 서원효형제가 내년에 수의대 석사과정에 입학허가서를 받아두고 준비하는 중에 저희 집에서 3개월 반을 보내고 어제 입스형제 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교회 배경이 전혀 없는 서형제는 저희 집에서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자매 말에 의하면 수년을 배워야 할 것을 지난 몇 달 동안에 완전히 밀착되어 따라다니며다 배웠다고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어린 서형제로 인해 수의대 사역이 열릴 것입니다.
나의 감람산은 집 안에 있는 나무집 창고였습니다. 성은이가 너무 한국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지 말라고, 영어책 좀 보라고, 창고에 책들을 박스로 감춰두었는데 그것을 꺼 집어 내어 읽느라 창고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얼음장도 놓고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는 아빠의 얘기와는 상관없이 그곳에서 이국의 향수를 달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기도시간을 가졌는데 끝내는 그곳에 가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모든 물건을 창고 밖으로 꺼 집어내고는 다시 정리를 해서 좋은 기도처가 마련되었습니다. 성은이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박스에서 꺼 집어 낸 책들을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르짖는 기도는 영성을 더해주고 힘을 얻게 합니다. 주님은 저희가 원하는 것을 다 주지 않으셨지만 필요한 것들은 다 주시면서 기도에 응답해 오셨습니다.
선교지에서 물질은 총알에 해당한다고 누군가가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를 후원해주시는 교회와 형제자매님들 한 분 한 분의 면면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어찌 일일이 다 언급을 하리요마는 이분들에게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넓은 지면을 할애 받아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알알이 영글은 이분들의 믿음과 천국을 소망하는 마음이 느껴지기에 언제나 저희에게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계시는 증인들이시기도 합니다.
자녀들이 잘 하면 부모들은 한결 수월합니다. 다은이가 몸무게를 줄이는 데 성공을 하였고 지금도 몸무게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숱한 고난이 있었지만 25kg 이상을 뺐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한국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한국에 가고 싶어합니다. 공부도 잘 해주었습니다. 금년부터 일반 학교로 옮겼는데 성적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학년 전체에서 영어시험성적이 일등이었다고 하여 격려가 되었습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아이가 그런 성적을 낸 것에 영어선생님께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답니다. 초기에 숙제와 시험답안을 받아보신 선생님이. "네가 쓴 영어는 문법에 이상이 없고, 나도 뜻을 알겠는데 그런데 영어가 아닌 것 같다"고…… 아리송해하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어서 우리에게도 격려가 됩니다. 또한 고교 전체에서 한 명에게 주는 Christian Character(그리스도인 성품상) 상을 최근에 받았습니다.
성은이는 트로피를 하나 받아왔습니다. Junior 부에서 학교의 명예를 가장 더 높인 학생에게 주는 상이라고 합니다. 체스로 학교의 이름을 더 높였습니다. 그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서 학교에 영구 보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Clever Boy(지혜로운 소년)로 통합니다. 저희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든 식구들이 금요 성경공부모임에 멤버로 참가하며 또 섬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형제자매들 전부에게서 신상기록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누구를 통하여 저희 모임에 연결되었는 지를 살펴보는 과정에 감격할 일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별로 말이 없고 잘 웃기만 하고, 늘 얘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는 성경공부인도자가 있는데 이름이 요한(사진 왼쪽에서 2번째)입니다. 프레토리아 대학 재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저학년들을 지도하는 강사이기도 합니다. 이 형제를 통하여 모임에 인도된 형제자매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기에 많이 감격하였습니다. 2세대 멤버들이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보이며, 장차 아프리카대륙의 선교회 책임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2세대도 있어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의 필요를 채우시되 너무나 완벽하게 채우십니다. 우리는 내일 일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는 현재 주어지는 일들을 이해 못하고 의아해 합니다. 때로는 화를 내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미래를 아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감탄사를 발하며 감격해 하도록 일해 가십니다. 이것이 오늘 저의 고백입니다. 하잘것없는 한 갓 하나님 집 일꾼에 불과한 제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무어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할렐루야!
저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거하면서도기뻐하는 것은 여러 형제 자매님들의 기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 드리며 또 다시 기도 부탁을 드리렵니다.
<기도제목>
1. 11월 12월에 있는 기말고사에서 형제자매들과 저희 자녀들이 좋은 성적들을 받게 되도록.
다은이가 이민자로 분류되어 수능에서 아프리칸스어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도록 학교에서 교육부에 신청을 해두었는 데 그것이 받아들여지도록.
2. 캠퍼스 주위에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모임장소와 생활훈련관으로 쓸 수 있는 집을 주시기를.
3. 매주 금요일에 갖는 정규 성경공부와 토요일에 갖는 예배, 각종모임을축복하셔서 형제 자매들이 모이기를 힘쓰게 하시고 성령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시간이 되게 하시기를.
4. 짐바브웨에 머물며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 타우형제에게 은혜와 능력을 부어주실 것과 주님께서 그의 장래를 선하게 인도해주시길. 모잠비크의 알프레도형제(대학교수)가 남아공 유학 중에 선교회에서 성실하고 충성되게 배워, 좋은 일꾼으로 모잠비크 UEM 캠퍼스 사역에 드려지는 교수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