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편지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
17
2010.02
박창식, 박선희 선교사 부부 2월 기도편지 <남아공>
  • Feb 17, 2010
주 안에서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 되신 형제 자매님들께 뜨거운 여름의 열기 속에 있는 남아공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저희 가족은 1월 13일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남아공에서의 일상에 복귀하였습니다.
한 달간의 한국생활은 저희에게 아싸한 겨울날씨와 눈을 경험하게 하셔서 평생 눈을 본적이 없는 이 곳의 형제 자매들에게 이야깃거리가 있게 하셨습니다.  
한국으로 향하기 전 설레었던 11달의 기간에 비하면 1달은 너무 짧았습니다.  열한달 동안 벼루었던 많은 생각들을 옮기기에는 한 달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의 우리의 삶이 모두 그렇듯이 '미완성'이 주는 아쉬움과 기대감은 또 다음을 기약하며 꿈을 꾸게 합니다.
저희를 환영해주시고 만나주시고, 섬겨주셨던 사랑하는 믿음의 가족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저희의 가슴 깊이 아궁이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따뜻함이 식어 갈 때쯤이면 언제든지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랑의 아궁이는 때로 삭막한 이국생활에서 저희에게 다시금 사랑의 불을 피우게 할 것입니다. 지치지 않고 아프리카의 영혼들을 사랑하며 섬길 수 있는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가야 한다고 결정했을 때 저희의 마음에는 짐이 있었습니다. 항공료와 체류비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이 곳에 돌아와서 이 모든 짐을 하나님께서 내려주셨음을 보게 되었고 더욱 감사와 찬양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파송교회와 후원자들과 가족들에게 사랑의 짐을 더욱 듬뿍 지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이 곳에 돌아왔을 때 많은 일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의 죽음과 잡초로 황폐해진 마당과 집 안팎에 득실대는 곤충들과 전기 누전으로 한 동안 단전이 되어 냉장고와 냉동고의 대부분의 저장식품이 상해서 풍기는 냄새, 그리고 먼지와 거미줄들.

가장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는 아이들이 가족처럼 여기던 두 마리 개들 중에 한 마리가 저희를 기다리지 못하고 죽은 것이었습니다. 둘 중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물어서 난 상처로 인해 뜨거운 여름날씨와 장마를 견디지 못하고 헛간 아래 땅을 파고 숨어 들어가 아주 떠나버렸던 것입니다.
여름 날씨라 서둘러 깊이 땅을 파고 장사를 지내야 했습니다. 다은이의 슬픔과 심려가 너무나 커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은이는 주님 안에서 올해 새로운 각오로 선교지로 돌아왔는데 그를 힘들게 하는 일들로 흔들리지 않을까 기도가 되었지만 잘 극복하고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은이는 영이 없어 죽으면 끝이 나는 개로 인해 울다가 영혼을 가졌지만 지옥에 가야 할 사람들의 결과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많이 자라게 되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한 동안 애써 하나님을 외면하려 했겠지만 이번에는 하나님 앞에 나와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을 때 기꺼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11학년은 이 나라에서 죽음의 학년이라고 할 만큼 공부의 부담이 가장 큰 학년이지만 작은 선교사로서 주님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엄마 아빠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마지 못해 돕기는 했지만 엄마 아빠가 선교사라는 사실이 불만이었었다고 했습니다. 다은이의 변화는 저희에게 가장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가장 충성된 최초의 자매를 얻게 된 것입니다. 경건의 시간과 암송, Bible study 에 열심을 냅니다. 모임에서 반주도 하구요.

이제 많은 일들이 정리가 되고 새롭게 시작된 신학기를 잘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몇 형제자매들의 주도로 신입생 전도를 하였습니다. 비가 오거나 너무 뜨겁거나, 날씨는 짓궂어도 모인 키 형제자매들은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였습니다. 올한해는 계속 이런 전도의 분위기가 유지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곳의 한 캠퍼스 선교사는 해마다 멤버가 전부 교체되는 경험을 수년 동안 계속했다고 저희에게 간증한 적이 있습니다. 방학 때 고향에 돌아간 형제 자매들이 개학을 해도 돌아오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두려움이 저희에게도 있었습니다. 기도로 준비한 정규모임이 두 차례 지나갔습니다.
대부분의 형제 자매들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몇몇 형제 자매들은 아직 고향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학업을 계속하려면 후원자를 구해야 한답니다.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 기업체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졸업을 하면 그 회사를 위해 일하는 제도입니다. 좋은 제도이지만 특별히 성적이 좋은 경우에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2월 부터는 모임이 완전히 정상이 되고 새로 온 멤버들을 환영하는 시간도 가지기를 기대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이며 실제적으로 형제 자매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임과 선교회로 나아가기를 사모하며 이를 위해 성령님의 감독과 코치를 간절히 사모하고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안부를 챙기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도 2월에 해야 할
일로 저희에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살며시 숨어 들어온 쥐 한 마리 때문에 저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쥐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모든 가구를 들어내고 청소를 해야 했고, 야행성인 쥐를 쫓느라 밤잠을 설치며 몇 번이나 맞닥뜨렸지만 잡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분노에 가득 차서 쥐 덫을 두 개 사왔습니다만 그것들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쥐는 스튜어트 리틀인가 보다고 아이들이 저를 위로했습니다.
저는 기도하면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쥐를 허용하신 하나님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쥐는 밉지만 하나님께는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추격전(?)을 며칠 동안이나 해야 했는데 자기 사명이 끝난 쥐가 스스로 밖으로 나갔는지 이제는 새로운 흔적이나 실체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덕분에 늘 집이 비좁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두 방이 잘 정리되게 되었습니다. 숙원사업이었던 바닥 청소와 소독도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해치우고 말았지요.
다은이는 소원이었던 고양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쥐보다 고양이를 선택했거든요. 다은이는 조이(다은이의 작은 개)를 잃고 나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하나를 가져 가실 때는 배로 주시는 하나님이셨다고 믿음을 고백했는데 고양이와 새로운 개를 갖게 되어 신이 났습니다.
제 한숨 소리와 함께 이들이 잘 자라겠지요.
우리 영혼에 이런 쥐와 같은 존재가 들어와 온통 들쑤셔 놓고 힘들게 한다 해도 우연이 아님을 배웁니다. 우리를 깨어있게 하는 존재를 허락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감사하며 무감각하여 쥐와 더불어 사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내 영혼 속의 쥐는 어떤 놈인지 추격하려면 또 잠을 설치게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도제목
1. 2월 4일에 프레토리아대학교 신학대학 선교학과 교수회의에서 박 선교사에게 박사과정을 허용할 지의 여부가 1차적으로 결정되는데 허락이 되게 해주시도록
2. 금년에 영주비자를 신청할 길이 열리며, 영주비자를 받게 해주셔서 11개국으로 형성된
   SADC(아프리카 경제개발 공동체)에서 자유롭게 선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도록
3. 형제자매들이 거룩하고 경건한 삶의 능력을 알고, 성적인 부도덕에서 발을 빼며, 올바른 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사람과 결혼하며, 정직한 성품을 갖게 해주시도록